좋은 일 해도 벌금내는 곳...강릉

by 鳴巖 posted Jan 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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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강릉은 좋은 일도 하지 말라는 곳인지...

학생들을 태우고 골목 골목 다니게 되는 게 제 직업상 일입니다.
오늘도 늘 다니던 길로 가던 중에 어떤 할머니 한 분을 보았습니다.  그 시간이  오후 2시 10분쯤.  그 할머니는 커다란 짐보따리를 앞에 두고 망연히 길쪽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지나치기에는 너무 안되보이기에 차를 세우고 "할머니, 어디 가세요?"하고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횡계에 간다고 대답하셨다.  내가 횡계까지 모셔다 드릴 순 없는 입장이라 "그럼 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릴께요."하고는 내려서 뒷문을 열어 짐을 실어주고 할머니를 태웠다.  그 짐은 내가 들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무거웠다.  
속으로 '이러니 택시도 못 잡고 계셨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터미널에 도착(오후 2시 30분경)했는데 그 짐을 들고 매표소까지 걸어갈 할머니를 생각하니 도저히 그냥 여기서 내려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비상등을 켜놓고 내가 먼저 짐을 들고 매표소로 갔다.  그리고 이내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돌아나왔다.  그 시간이 불과 2~3분...

좋은 일 하고 나서 뿌듯한 기분으로 내 차로 돌아왔는데 주차 단속원(여자) 한 명이 내 차에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얼른 달려가 "제가 금방 매표소 안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무슨 스티커죠?"하면서 앞뒤설명을 모두 했다.  

그랬더니 나를 더욱 불쾌하게 한 건 그 여자의 말이었다.
"아저씨, 무슨 말씀이세요?  이 차가 아침부터 서 있었구만..."
하면서 무슨 상습범 다루듯이 말을 딱 잘라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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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차장이 근처에 있는 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저도
학생들을 시간에 맞춰 태워야 하고 할머니 짐도 너무 무거워서
잠깐 1~2분 사이니까 금방 다녀오려고 일부러 뛰어서 짐만이라도
먼저 들고 갔다온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오늘 같은 경우는 그 앞 도로에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내가
여기 차를 세운다고 해서 단 몇분 사이에 강릉도로가 꺼져버리는
것도 아니고 강릉교통이 정지해버리는 것도 아니고 막말로 강릉시청이 세금걷는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융통성없는 행정이 어디 있냔 말이다.  

더구나 그 주차 단속원의 말은 나를 너무 화나게 했다.  
오늘 그 시간대에 터미널부근을 단속했던 그 직원한테 공개사과를
받고 싶은 심정이다.  그게 공무원이 취할 태도인가...
아침부터 그 부근을 단속했다면 내 차가 조금전에 도착했는지,
아침부터 있었는지 두 눈뜨고 그걸 못봤단 말인가...

어떻게 그렇게 괘씸하게 말할 수 있는지...

도대체 여기 강릉은 선행도 하지 말라는 곳인것 같다.
오늘 일을 겪고 나서 내가 느낀 것은 앞으로 절대 불쌍한 사람을
봐도 도와주면 안되고 그냥 모른 척 하고 지나치는게 제일
좋은거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을 보거나 노인을 보거나
불쌍한 어린애를 봐도 도와주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는 게
가장 현명한 삶의 방법이라는 것 뿐이었다.

자식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도덕 교과서에나 나오는
윤리는 시험볼때나 필요하고 현실에서는 아무리 어려운 사람이라도 도와주지 않는게 훌륭한 처세라고 가르치게 될 것이다.

좋은 일을 해도 딱지떼는 곳, 좋은 일하고도 벌금내는 곳,
냉정하고 비인간적인 말이 공무원들의 도덕이 되는 곳,
그곳이 강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