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난향방

2002.01.09 03:59

남해의 밤바다는..

조회 수 945 추천 수 0 댓글 5
예전에(35년전에?) 울 할배와 같이 멍텅구리 배의 노를 저어 미조 앞바다로
문어를 잡으러 갔습니다..(늑도을 돌고,,창선도 돌아서,,디땁 먼 곳이지만,,)
할배는 설 손자가 낮에 잡은 민물게(앞발 하나 무쟈게 큰 뻘건게?)을 큼지막한
낚시 바늘에 꾹~ 걸고 똘덩이를 달아서 툭~ 던저놓고 서는 하루 종일 발(남해
에서는 멸치 잡이용 가두리?)에 앉아 계시고 저는 땡빛 하늘을 보고 디비져
자고,,간혹 감생이가 잡히면 저는 고기 입을 열고 삐쭉삐쭉 바늘을 골라내고,
펄~펄~ 뛰는 멸치를 조심스럽게 잡아 다시 낚시 바늘에 달아 주고..
해가 듸엇듸엇 지면 할배는 곰방대를 한손에 들고 돛을 올리고 뱃머리에 턱~
앉아 설 손자가 젓는 노 소리를 따라 삼천포 선창가 등대 을 바라 보았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밤 바다는 센틸 한 것은 고사하고 참으로 슬프게 보였습니다.
항구에서 보는 밤 바다와 바다에서 보는 밤 항구는 너무나 틀렸습니다.
이제는 할배 돌아가신지 30년이 넘었고..할매 돌아가신지 20년이 지났지만..
내 고향 바다는 여전이 그물결,,그 바다 입니다..
돌이켜보니 울 애들이 아빠가 본 그 밤 바다을 영영 못 볼것 같아 섭섭합니다..
고향에 가도 첨 보는 사람들이 태반이라 기껏 선산이나 들러보고 오고 것이
고작이지만,울 고향은 여전이 제 마음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이 들면 할배가 맹그런 준 대나무 낚시대를 들고 도다리,문조리,게루치을
잡고(복어 잡으면 입에다 바람 불어 탕구공을 만들어 발로 차면 뻥~ 하고 터
지게 놀고) 물이 빠지면 호미 들고 백합,모시조개,바지락(참조개)을 캐고...
하지만 하루가 넘 빨랐던 그 시간은 앞으로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는 언제나 시간을 등에 엎고,,
뭉게구름 넘어 내게로 다가오네.
누런 돛대 황포천에 추억을 담고
오늘도 바람결에 속삭이네..

저배는 할매의 희망을 싣고 가고,
저배는 할배의 꿈을 물살에 버리고,
구름에 걸린 솔가지만
갈매기의 날개짓에 울고 있다네..

저녁 놀이 초가 연기에 잠을 자면
호롱불을 밝히는 할매의 성냥소리가
시간속에 묻어지고..
허공속에 흩어지고..
텃밭에 잠 재울때..

고향의 밤바다는 출렁이는 눈빛으로..
밤 고동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네..
덩그렇게 해변에 누어 있는 폐선처럼,,,
피곤한 모습으로..

시간은 참으로 소중한 것입니다..
지나고 보면 아무 의미도 없는 추억의 파편이지만,,
현재가 과거이고 미래 인것을 불혹을 훌 넘고서야
겨우 좁쌀 껍데기 만큼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생각이 짧다보니 남을 용서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반성하지 않은 이를 미리 용서하지 못한것은 아직 인간이 부덕한 탓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가는 그것도 바람에 털어 버릴 날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새벽은 참으로 깔끔한 바람이 부는 밤입니다,,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종 ---
  • ?
    초이스 2002.01.09 14:35
    참 오랜만에 니키님의 서정 넘치는 글을 보는 것 같군요. 불혹을 넘어서서 입니까? 하하... '참으로 깔끔한 바람이 부는 밤'...이것이 하일라이트군요.
  • ?
    지촌 2002.01.09 15:41
    니키님......
    오랫만이군요....
    지는 당진에 푹 파묻혀 잘 지내고 있지요...
    아니..
    멀리 가신다구요?
    몇년 걸리시나요?
    아무쪼록 건강 하시고 사노라면 뵈올날 있겠지요......
  • ?
    나들 2002.01.09 17:53
    이런 풍정을 지니신님이, 어찌 이곳을 떠날꼬.......
  • ?
    가림 2002.01.09 18:33
    어젠 제법 싸~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가 넘지 않았나 싶더군요
    지금 여기 분당인데 분당추위도 장난이 아닙니다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의 깔끔한 바람...니키님답지 않은(?)표현이지만 참 맘에 드는 표현입니다 ㅋㅋ
  • ?
    유항재 2002.01.10 22:05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아쉬워말고, 그런 순수하고, 어리석고, 즐거운 시간이 있었던 삶을 살아온것에 감사하고, 얼마 남지 안은 인생 또한 그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List of Articles
조회 수 날짜 글쓴이 제목
1033 2001.06.08 임향만 난실에서.. 11
1295 2003.10.21 백경 난욕심....... 4
1695 2004.06.03 월곡 난을 왜 키우는지도 모르면서........... 5 file
1688 2004.08.23 월곡 난을 죽이지 맙시다. 4
773 2001.06.13 박운용 난을 키우면서 7
1331 2004.07.07 난처한 공존... 7 file
1609 2003.12.04 난정 난초 구경 하세요. 4
1692 2004.05.22 letitbe 난초 단상(1) 5
1562 2004.05.30 letitbe 난초 단상(2) 5
786 2001.06.13 박운용 난향 4
1366 2003.12.24 백경 난향방.업그레이드 2
777 2001.08.28 임향만 남자 그리고 여자.. 5
1403 2004.06.01 월곡 남자와 여자의 변화성향 11 file
945 2002.01.09 nicki 남해의 밤바다는.. 5
1426 2003.12.11 피오나 낮12시가 지나가면 3
1498 2002.12.03 들풀처럼... 내가 씨앗을 뿌렸었나 봅니다. 11
1191 2002.04.10 임향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 7
793 2001.12.16 김창식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부연 글은 남겠습니다) 4
901 2001.08.03 노영복 낼 부터 휴가~!! 11
1007 2002.09.04 monkis 널널이 하루는 가고,, 5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7 Next
/ 2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