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by 은하수 posted Dec 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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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평짜리 잠실아파트에 살때부터 동양란 몇분을 키웠다. 빛도 잘 안들어오는 작은 창에
하루종일 문은 닫혀 있고 베란다라 있는 곳은 거의 외부와 마찬가지였다.

그곳 거실에서 난을 키웠다.
그래도 주말에 집에 있을 때면 현관에 내다 놓고 햇빛도 보여주며 지극정성(?)을 다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탓에 아주 떠난 것도 있고 모질게 살아남아 함께 이사를 온 몇분의 동양란...

전에 살던 집보다 엄청 넓은 23평짜리 동향아파트로 이사온 다음날...
휴가를 내고 혼자 징징대며 짐정리를 했다. 물론 남편은 뒤도 안돌아 보고 출근하고...
이사란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징징~ 이놈의 이사, 다시는 하나봐라... 잉잉~  
담에 전세비 올려 달래면 얼마든 두말않고 올려줘야지... 다짐을 하며... 훌쩍훌쩍~~

새집에 익숙해질 무렵 난 이곳이 난을 기르기 너무 좋은 환경임을 깨달았다.
동트면서부터 들어오는 햇빛과 15층이라 환기도 아주 잘 되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난을 모으고 키우기 2년만에 제법 분수도 늘고(물론 내수준에서...)
종류도 다양해졌다. 동양란, 춘란, 풍란, 양란 등등에 꽃이 예뻐 구입한 야생란 몇종... ,
몇분의 관엽식물... 잘들 자라줬다. 때론 꽃도 심었다.
그 결과 우리집 베란다는 녹색으로 가득찼고 퇴근해 집에 오면 베란다로 나가는 것이 첫 번째 일이었다.

그렇게 만족하며 살던 올해 봄 어느날 우리는 청천벽력같은(넘 과장인감?)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집주인이 들어와 산다고 나가란다. 에구구... 전세비나 올려 달라시지...

우린 아파트 단지내에서 집을 구해야 한다.
이곳으로 이사온 목적이 우리 애들 봐주는 시누네와 같은 단지내 살기 위함이니...
그때부터 어렵게 구한집이 남향 아파트 3층이다. 이번엔 포장이사를 했다.
난을 제외하고... 이사 전날 회사의 튼튼한 박스를 구해다가 아주 꼼꼼히 난을 포장했다.
물론 몇동 건너 집이니 우리차로 직접 날랐다.
포장이사라 전보다 힘은 덜 들었지만 구조가 틀려 다시 다 정리를 해야만 했다.
그러고 여름을 넘기고 가을이 다 지날 무렵...

어쩌나... 이집이 햇빛이 잘 안들어온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남향이지만 층이 낮아 해가
앞동 사이를 지날 때 잠깐 드는게 다였다. 물론 그땐 이것저것 가릴수가 없는 처지여서 급히 왔지만...
그때부터 계속 군시렁거리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해가 안들수가... 난들이 다 비실비실 죽겠어...
우리 다시 이사가자...?" 그럴때마다 남편은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베란다를 바라본다.

요몇일 추워진날, 베란다 샤시가 잘 안맞아 찬바람까지 솔솔 잘도 들어온다.
아무래도 비닐 사다가 막지 않으면 다 얼어 죽을 것 같다. 이것도 내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궁리중이다.

요즘 나의 어이없는 바램하나...
집주인이 이사가라 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