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먼저간 친구를 생각하다가...

by 들풀처럼... posted Nov 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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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전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자네와 성을 같이 쓰는 친구가  사망했다]
는 전갈이었습니다.

  아직은 할일도 많고, 아니 돈을 더 벌어서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할 의무가
있는 친군데, 직무를 유기하고 저 편하라고 먼저 가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젊디 젊은 마누라 긴 세월을 어찌 살라하고, 지 놈을
닮은 지 아이들은 누가  가르치고, 결혼사진에는 또 어떻게  하라고...

  사실, 그 친구 죽음을 전해 듣고도 나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이미 달포전에 그의 주검이 보였기에...
  학창시절에 미스터대회에 나갈 정도로 건장하고 우람한 그였는데
달포전 상계 을지병원에서 만난 그는  나와 친하게 지냈던 사이가 아니었다면
몰라 봤을 그런 몰골을 하고,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살고 싶어선지
많이 좋아지고 있으니 곧 퇴원도 할 수 있다며 이미 누래진 이빨을 내놓고
웃어주었습니다.

  만사 제처 놓고  저녁엔 술을 한 잔 해야겠습니다.
어제 저녁 어느 귀인과 술을 한잔하며 지난주부터 술이 과했으니 내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 겠다 했는데...

  엉뚱하게도 지금 다른 생각이 내 속으로 뛰어듭니다.
난을 하면서 시행착오는 십 수년이 한결 같은 나입니다.
  근자에 풍란에 빠저들면서도 그 짓들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단지 조금 달라진 것은, 향후 4~5년 이후에 알 수 있는 것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기로 한 것입니다.
  4~5년 후에 내가 살아 있을지 죽어 있을 지도 모르는데, 그것들에 메달린
다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주변에 친구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버리고 저만치 가고 있는데...,    이미...

  그래서, 나는 좋은 종자목이라 해도 화예품은 벌브 틔우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싹을 내어 개화를 하기까지는 적어도 6~7년이 지날텐데..., 죽이지
않고 잘 배양했을 지라도...,

  풍란으로 들어 오면서 처음엔 신발에 흙이 묻을까~!, 물이 튈까하여
모듬발로 조심조심 내딛으며 5천원 유묘부터 20만원 안팎의 어리고 예가
처지는 란을 골라서 샀는데,
  어느날, 내가 얼마나 산다고...,  취미생활이라 하면서 또, 이것에 내 고생을
늘려야~?  하는 반문이 들어 생각을 달리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가능한 대주로, 가능한 상예품으로 가자 .  조그마한 것들을 구하여
내 언제 그것들에서 상예를 볼 수 있을까나 ~?
  혹자는, 요즈음 저 친구 무리하는 것이 아니야~?  하는 우려도 주고있는
것으로 짐작도 해봅니다.

  몇 일전 경매에서 다 끝난 마당에 뛰어 들어 주위의 몇 분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변이종과 원하는 한란을 구한다 하여
농장과 난원에서 눈치싸움으로 몇 분을 내 난실로 옮겨와 그 흐믓함에
자정을 넘기고도 한참이나 난실을 벗어나지 못했던 나...

  집착이다.
뭐가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

  무얼까 ?

  그것이...

  나보다 고작 두 살 위인 친구 치복이가 이승으로 떠났다는데...
나는 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리 저리 고민하고, 욕심 내보이고...

  이 글을 쓰면서는 이 생각이 아니었는데, 갈피를 잡을 수가 없구나~!
이 횡설수설이 내가 걸어온 길이 혹, 아니었을까 ~~?
  이 글을 다시 읽어 보면 수정을 하고 싶을지 몰라 바로 엔터를 눌러야겠다.


  늘 행복하시길...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