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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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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전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자네와 성을 같이 쓰는 친구가  사망했다]
는 전갈이었습니다.

  아직은 할일도 많고, 아니 돈을 더 벌어서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할 의무가
있는 친군데, 직무를 유기하고 저 편하라고 먼저 가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젊디 젊은 마누라 긴 세월을 어찌 살라하고, 지 놈을
닮은 지 아이들은 누가  가르치고, 결혼사진에는 또 어떻게  하라고...

  사실, 그 친구 죽음을 전해 듣고도 나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이미 달포전에 그의 주검이 보였기에...
  학창시절에 미스터대회에 나갈 정도로 건장하고 우람한 그였는데
달포전 상계 을지병원에서 만난 그는  나와 친하게 지냈던 사이가 아니었다면
몰라 봤을 그런 몰골을 하고,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살고 싶어선지
많이 좋아지고 있으니 곧 퇴원도 할 수 있다며 이미 누래진 이빨을 내놓고
웃어주었습니다.

  만사 제처 놓고  저녁엔 술을 한 잔 해야겠습니다.
어제 저녁 어느 귀인과 술을 한잔하며 지난주부터 술이 과했으니 내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 겠다 했는데...

  엉뚱하게도 지금 다른 생각이 내 속으로 뛰어듭니다.
난을 하면서 시행착오는 십 수년이 한결 같은 나입니다.
  근자에 풍란에 빠저들면서도 그 짓들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단지 조금 달라진 것은, 향후 4~5년 이후에 알 수 있는 것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기로 한 것입니다.
  4~5년 후에 내가 살아 있을지 죽어 있을 지도 모르는데, 그것들에 메달린
다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주변에 친구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버리고 저만치 가고 있는데...,    이미...

  그래서, 나는 좋은 종자목이라 해도 화예품은 벌브 틔우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싹을 내어 개화를 하기까지는 적어도 6~7년이 지날텐데..., 죽이지
않고 잘 배양했을 지라도...,

  풍란으로 들어 오면서 처음엔 신발에 흙이 묻을까~!, 물이 튈까하여
모듬발로 조심조심 내딛으며 5천원 유묘부터 20만원 안팎의 어리고 예가
처지는 란을 골라서 샀는데,
  어느날, 내가 얼마나 산다고...,  취미생활이라 하면서 또, 이것에 내 고생을
늘려야~?  하는 반문이 들어 생각을 달리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가능한 대주로, 가능한 상예품으로 가자 .  조그마한 것들을 구하여
내 언제 그것들에서 상예를 볼 수 있을까나 ~?
  혹자는, 요즈음 저 친구 무리하는 것이 아니야~?  하는 우려도 주고있는
것으로 짐작도 해봅니다.

  몇 일전 경매에서 다 끝난 마당에 뛰어 들어 주위의 몇 분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변이종과 원하는 한란을 구한다 하여
농장과 난원에서 눈치싸움으로 몇 분을 내 난실로 옮겨와 그 흐믓함에
자정을 넘기고도 한참이나 난실을 벗어나지 못했던 나...

  집착이다.
뭐가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

  무얼까 ?

  그것이...

  나보다 고작 두 살 위인 친구 치복이가 이승으로 떠났다는데...
나는 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리 저리 고민하고, 욕심 내보이고...

  이 글을 쓰면서는 이 생각이 아니었는데, 갈피를 잡을 수가 없구나~!
이 횡설수설이 내가 걸어온 길이 혹, 아니었을까 ~~?
  이 글을 다시 읽어 보면 수정을 하고 싶을지 몰라 바로 엔터를 눌러야겠다.


  늘 행복하시길...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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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宋梅 2001.11.12 13:22
    좌우간 그 집착은 들풀처럼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닐 듯합니다. 난을 하는 모두... 누구나... 집에 DVD가 있어서 "아웃오브 아프리카"를 가끔 봅니다. 메릴스트립의 어눌한 듯한 연기에 빠져들어서... 거기보면 마사이족은 감옥에 갇히면 죽는답니다.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고 오로지 현재만 존재하기 때문이랍니다. 오로지 지금 현재만을 생각하기에 언젠가는 감옥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답니다. 우리도 혹씨 그런 것은 아닌지... 내일이라는 희망을 더 먼저 생각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오천원짜리 유묘의 십년후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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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1.11.12 15:03
    훗, 후~~ 십년후라~~, 그 십년이 내게는 현실로 닦아오질 않아섭니다. 그것이 내게 있을 지도 모르니..., 메릴스트립을 말하니 조금은 어눌한 것 같은 깊고 촉촉한 눈망울과 입술이 생각납니다. 조금 튀어나온 광대뼈하며 알맞게 퍼져있는 주근깨들..., 어제 매란방에서 눈을 두리번거려도 님이 보이질 않아서 약간은 서운했습니다. 그 애마도 보고 싶었고요~! 그 일 후 왜 서먹서먹한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죄지었습니까 ? 원~, 애마를 보던지 타던지해야 애마 콤프랙스(?)에서 벗어 나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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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열 2001.11.12 16:19
    친한 벗이 먼저 세상을 떴군요..가슴 아프시겠습니다..먼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애란생활이 장수의 비결이라고들 하던데요..좋은 예가 나오길 기다리다보면 20년을 그냥 훌쩍지나간다고들 합디다...사실 스트레스 푸는 방법 중에 난에 정신을 팔면 간단히 해결 되는 것 같습디다..아뭏든 약주는 조금만 하세요..건강해야 난들도 모두 건강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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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鄭梅 2001.11.12 17:25
    먼저 가신님께 삼가 애도를...하지만 들풀님! '내일 하늘이 무너저도 오늘 한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도 하지 않습니까? 내일을 장담 할 필요는 없지만, 또한 내일에 대한 희망이야말로 오늘의 활력소가 아닌지...에궁 글이 길어졌네요. 어쨋거나 항상 희망찬 애란생활을 누리십시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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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 2001.11.13 01:42
    얼마전에 아주 열심을 내던 특수교사 한분이 급성 백혈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한동안 시리도 그 충격이 컸는데..들풀처럼님 시리도 정매님처럼 한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기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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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항재 2001.11.13 09:25
    오늘 어린 유묘가 꽃을 보기에는 수십년이 걸린다해도, 어짜피 죽을때 가져가지 않을 것이니, 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손을 거쳐, 지금은 아마도 갓 태어난 어느 아이가 그 꽃을 볼 수 있도록, 오늘 하루, 몇개월을 잘 키우는 것도...이런 여유를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만은,역시 들풀님의 집착이라 하시는 많은 생각과 열정이 제가보기에는 누가뭐래도, 무리한다는 것이 사실이기도 한것 같지만, 소중한 들풀님의 모습 아닌가요? 그냥 그런 열정이 좋아 보입니다. 전혀 망설이지 마시고 좋은 것 많이 모아 감상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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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1.11.13 09:51
    어제, 아니 아니지, 오늘 03시까지 퍼 마셨습니다. 너무나 초라한 상청~!, 그 흔하기도 한 조화 덜렁 하나. 훌쭉 키만 커뵈는 큰아들 상주, 부쩍 늙어버린 그 놈 부인, 저승길 노잣돈을 봉투에 넣으면서 친구들과 형평을 잃지 말자고 굳은 약속을 지키자 했는데, 도저히 도저히 그리 할 수가 없어서 카운터에서 수금하는 젊은이 한테 내 봉투 다시 돌려 달라해서 친구들을 배반씩이나 했습니다. 내 한 마음 편햅고자 하여 알팍하지요 ? 자꾸 화기 남은 어인 이유일까~! 나는 을지병원의 장례식장이 형편없어서 내가 화가 나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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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1.11.13 09:58
    생각했습니다. 맞습니다. 내가 화남은 장례식장이라 떠~억, 써놓고 관리를 하지 않아 너무 불결하기에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 핑게로 평소 좋아했기에 술도 더 마시고... 10시가 되자 모두 가버리려 하는 친구들보다, 나는 죽은 놈이 더 미웠습니다. 나쁜놈 ~! 먼저 갈려거든 살라서 덕을 쌓고나 갈 것이지..., 사업 대 여섯번 엎어 먹은 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판판이 말아 먹고 말았으니 ..., 그래 그 새에 무슨 덕을 샇을 겨를이 잇냐고냐 되묻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놈이 저승길 가면서 그리 되물으면 어찌 대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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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1.11.13 10:01
    해 줄까나~! 사실대로 말을 할까 ? 너 나뿐 놈이라고..., 아니 , 고생많았지 ? 라고 해 줄까~!..., 칫, 죽은 놈이 무슨 말을 한다고 오전부터 내, 지+랄을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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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용 2001.11.13 13:05
    가신님의 명복을 빕니다. 건강생각하시고 절주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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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영복 2001.11.13 14:22
    지난달에는 무슨 걱정을 했었지? 작년에는?그것 봐라...기억조차 못하고 있잖니...그러니까 오늘 네가 걱정하고 있는 것도...별로 걱정할 일이 아닌거야....잊어버려라. 내일을 향해 사는거야.....아이아코카 자서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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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진 2001.11.16 12:06
    저도 몇년전 친한 친구를 먼저 보내고 한참을 고생을 하여읍니다. 요즈음도 가끔 먼저간 친구가 생각 나서 혼자 눈시울 을 훔치곤 합니다. 참안타깝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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