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코 다친 사연.

by 모순미 posted Oct 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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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송매님께서  화성 사진을 한장씩 올려 주시길래
훔쳐 보듯 빠끔빠끔  바라만 봐 왔는데 얼마전  서장대 사진이 올라와
막새 이야기가 나왔다.  그 막새란 놈(?)을  멀거니 바라 보고 있자니
불현듯  옛일이 떠올라   실소를 금할수가 없으니....


그때가 열몇살..맞을 것이다.
난 가을 소풍을  그해 범어사로 갔다.
당시 난 왕따였다. 왕따...
조그만 것이  뭐가 그리  조숙한척 했는지...
퇴락한 단청,
댕그렁 흔들리는 풍경.
노오란 은행잎.  
암자 뒤로 가득한  대나무 숲.
또  무슨 보호로 지정된 등나무 군락하며...
온통 가득한 만추의 계절이라  조숙한 계집아인 아마  얼이 빠진듯
하였을 것이다.  
보물찾기도 장기자랑도...
모든게 시들한  그런 때....
혼자서 대웅전하며  인적이 드문  금어선원이라든지 산영각 뒷편에서
별의별 시름에 잠겨 고독에 차 있는데 문득 내 눈에  아주 정확하게
파고 들어오는게 있었다.
금어각 뒷쪽 대숲 언저리에 버려진  ...
그것은 기와였다.
아니 자세히 알고 나니 막새조각이었다.
난 아주 뛸뜻이 좋아하며 그것을  소풍기념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곤 아주 황홀하여  의기양양하였다.
짖고 까부는 가시나들보다 내 이 교양있는 안목(?) 에 감탄하며...


그것을 난 고이 모셨다.
옛 어느 스님이 집어 내던졌을 그  막새 조각.
아침마다 뚫어져라...  깨져라 ...쳐다보는 거울 위에다
선반을 만들고
게다가 어찌어찌 올려 놓으니 그것은  아침마다
내게 안부를 묻는듯도 하였다.
겨울이  거의 끝나갈 때였지 싶다.
내게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오매불망 기다리던 첫사랑의
전화를 받았으니...
방학이 거의 끝날 즈음이었는데  난 거의 인사불성으로 엷은 화장까지 하고
마지막 매무새 점검으로 다시한번 뒤돌아 거울을  보려 하다가...


아마 거울을  무엇으로 살짝 건드린것 같은데 막새가 떨어져
이제 마악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젤루 이뿌냐!!!?"
하려던 내 가슴을 찢어 놓았으니...


글쎄 고것이...  버릇없는 것이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서걱 거리는 대숲에서
뱀이나 어쩌다  놀러와 한번 훒어 보고 갈뿐일 저를 구해 주었더니...


그만 내 콧잔등을 강타하고 말았다.

"으아악!!!"
콧잔등에 마치 벼락이 친듯하였다.
피가 줄줄....


나는 울었다.
물론 아파서 울었다.
그리고 ....
추운데 기다리고 있을 내 첫사랑을 바람 맞힐것이 원통하고 절통하여
그날  내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