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하지 맙시다.

by 김성현 posted Oct 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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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해서 다투었습니다.

화가 나서 소주한잔 했습니다.
괜시리 집에 가기 싫어서 낚시대 울러메고 나왔습니다.

낚시를 하는데 오늘따라 왠 우럭이 마니도 올라오더군요..
심지어 감성돔도 잡았지요..

낚시에 빠져 언제 집사람하고 싸웠는지도 몰랐습니다.

낚시줄이 끊어지고 나니..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돌아 갈려니 밀물로 인하여 가는길이 막혔더군요..
섬이라는 특성상.. 산만 넘으면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길도 없는 산을 넘으면 되려니 하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갯바위 뒷산이라 엄청 험하더군요..
그래도 초입이려니 생각하고 진입하였지요.. 밤 11시에...

어쭈구리....... 가도가도 길이 안보입니다.

길이 너무 험해서 고기가 몇마리 낭떠리가 떨어지더군요..
줏어러 갈수도 없더군요..

조그만 섬이라는 생각에 직진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후레쉬들고 계속 갔지요..

한시간을 산속에서 헤메고 담배한대물고 생각해보니..
인제 어디인지도 모르겠더라구요..

가다보니 오솔길이 보이더군요..
그러나 따라가니 길이 없어지고,,또 길이 보이다가 없어지고..
뱅뱅 돌고..

숲이 하도 깊어서 하늘도 안 보이고.. 달도 없고..
불빛은 내 후레쉬가 전부이고..

한시간 반 정도 지나니깐.. 아차 큰일났다   생각이 들더군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고..
뒷골이 싸늘해지더군요.. 식은 땀도 흐르고..

가족걱정이 되면서.. 귀신도 보다 무서운 것이
혹시 사고라도 나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도 무섭더라고요..(부부싸움 뒤라 휴대포도 안가지고 갔음)

그때부터 전투산행을 했습니다.

5 미터 앞이 안보이는 산속을 시속 40키로로 무조건 직전..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하나를 목표로 하고선..무조건 직진..
빨리 산을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굴르고.. 가시나무에 찔리고.. 칡뿌리에 넘어지고..
개울물에 빠지고..

뒷통수가 서늘한 것이 꼭 귀신이 뒤에 있는 것 같고..
식은땀.. 흐르는 땀... 무언가에 홀린듯 산행을 하였지요..
나중에는 정말로 너무 무서워서 울면서 산을 타게 되더군요..

결국 2시간30여분의 전투산행 끝에  
서포리해안가에 도착하였지요..

희미한 가로등 아래서 담배한대 물고 있으니..
찢어진 런닝셔츠에.. 온몸은 멍이 들고..
군데군데 할킨 자국으로 따끔거리고..
이마엔 흙투성이고...  쯩말 무장공비 같더군요..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돌아왔습니다만...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낚시해서 우럭 30마리도 더 잡았는데..집에 도착하니 열마리도 안 남았더군요.."
=> 이 말 한마디로 어젯밤 산행이야기의 긴박함을 대신하겠습니다.


난향회원님들...부부싸움 하지 마세용...
글구 특히... 부부싸움하고 낚시하러 가지 마세용.. - -;

덕적도에서 김성현 올림..  다시한번 쯩말루 부부싸움 하지 마세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