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을..

by 임향만 posted Sep 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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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빛은 유난히도 기름지다,,
황금들녘에 내려쪼이는 그것이 그러하고, 잘익은 능금색..,주렁주렁 매달린 포도... 그리고, 입안에서 녹아내릴것 같은  홍시의 그것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코스모스 는 다르다.
코스모스는,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는 그 색이 어딘지 모르게 애잔함과 애틋한 마음을 자아내게 한다,
가슴속을 잔잔하게 스며드는 호소하는듯한 여인의 애수깃든 미소 같기도 하고, 가느다란 바람에도 쉬 흔들릴것 같은 가녀린 여인의 허리를 느끼게도 한다,
뭔가를 말하려다 힘이 다해 그만 두려 하는것 같기도 하고, 그런 속내를 몰라주는 야속함이 묻어있는것 같기도 하다.

길게 뻗어있는 유난히도 많은 코스모스가 심어져 있는 국도변의 코스모스길....

왜 갑자기 코스모스의 그 분홍빛 색갈이 오늘따라 그런 마음을 느끼게 했을까?

가을이 가져다주는 정취때문에,,
아니면 나이를 점점 먹어가는 것 일까?

우리들은 느리게 사는법도 배워야 한다고  한다.
느리게 사는법,
정말로 앞만보고 정신없이 뛰어온 인생길의 반환점을 훨씬 넘겨버린 이제야 이런 느림의 철학이 마음에 젖어 들어서 일까?

아니면, 지난날의 내 인생의 반추를 그 부끄러움과 아쉬움에 대한 말없는 반성 때문일까?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한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줄 모른다는데서 비롯한다"

또, 피에르 쌍소는 그의 책의 시작을 이렇게 적고 있다

"지칠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특성가운데서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것은 그들의 에너지가 결코
고갈될줄 모른다는 점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때문에, 턱없이 높아져버린 이상을 쫓아 다시 허덕거리며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
지칠줄 모르는 자들은 그들의 에고이즘에 갇혀서, 느림보들에 대한 배려따위는 눈꼽만큼도 없다...

느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재빠르고 민첩하지는 더욱 아닌 내가 그나마도 지탱해온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기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봐도 결국 그들은 저만큼 더멀리 가 있는것을 알았을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