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의미

by 들풀처럼... posted Aug 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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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의 의미

내가 취미로 시작한 사진 찍는 일이 정년을 맞이하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까닭은, 삼십 칠 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새로운 삶의 변신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연을 벗삼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해 매는 그 설레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내 마음을 다 드러내 보일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그럴만한 문장력이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자연은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제공해 주고 있지만 우리들은 그런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그저 무엇에 쪼기 듯이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쩌다 사진 찍는 일을 하게되었는지!!! 나에게 이런 아름다운 기회를 제공
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  이 일을 시작한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자연이
시사하는 그 아름다운 삶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다.

  자연의 아름다운 모든 사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소재가 있었다면
바로 연꽃이 않이었나 하고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연꽃의 향기에 취하여
멍하니 서 있던 그때부터,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연꽃에
달려드는 벌들의 신기함에, 또는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연꽃에 취하여 어린
아이들처럼 설레든 그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이제 연꽃에 대한 의미를
조금은 알고 연꽃을 촬영하는 순간 순간마다 나는 수도승의 구도의 길에
동참하고 있는 착각 속에 빠져버린다.

  이런 사연인즉 이렇다.
동국대학교 교수 해주 스님과 충남 아산 인취사 주지 혜민 스님의 연꽃에
대한 설명 말씀을 접하고, 청운사 석도원 스님이 권하는 백련차를 음미하고
드디어 연꽃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삶의 지혜를 얻었음인가?.
  아니면 그저 몽롱한 상태에서 꿈속을 헤매고 있지나 안은 것인지???

불교의 상징적인 꽃인 연꽃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더러운 진흙 속에 피면서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고
깨끗하게 지켜 가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연환경의 오염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동도
그리 청정하지 못한 모습이 만연하다.  양심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 본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탁하게 오염되어 있다. 썩은
물에 물고기가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거나 기형이 되는 것처럼 그
속에 있는 깨끗한 젊은이들이 오래 견디지 못하는 집단들도 우리 사회에는
많다.
  그러나 더러움 속에 있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맑고 향기로운 연꽃
처럼 우리는 사회악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살면서도 거기에 물들지 않고
깨끗한 양심을 유지하고 오히려 주위를 향기롭게 만들 수도 있다.
  번뇌를 일으켜 주위를 오염시키는 바로 그 삶이, 마음만 올바로 닦으면
자신과 주위를 맑게 하고 아름다운 등불을 밝힐 수 있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불교에서는 이를 '불 속에 핀 연꽃(화중련)' 이라고 표현한다.

  연꽃이 가지는 두 번째의 상징성은 인과동시(因果同時)의 의미이다.
연꽃은 꽃이 필 때 열매인 연밥이 함께 자란다.  우리는 모든 일들이 원인이
먼저이고 결과는 뒤에 오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연꽃의 경우처럼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즉, 사람이 선한 일을 할 때는 바로 그 순간 선한 일을 함으로써 마음이 즐거
워 복을 받고 있는 것이고, 악한 일을 할 때에는 마음이 괴로우니까 바로 그
순간에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자칫 선한 일을 한 뒤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한
뒤에 벌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이제는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일어
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겠다.

  연꽃이 갖는 인과동시성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서로 사랑을 나누며
늘 포근한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며 살아가는 그 순간 순간들이 바로 행복을
향유하는 순간들이 아니겠는가. 연꽃과 더불어 맺은 씨(연밥)는 수명이
길어 3.000년이 지나도 발아할 수 있다고 하니 끈질긴 생명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따름이다.

  칠십이 훨씬 넘으신 사진의 대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삼 십여
년 연꽃을 촬영하면서 연꽃에서 인생의 무상함과, 생노병사(生老病死)를
느끼는 것 같아, 지난 삶을 다시 돌아다보게 한다고 하신다.

  우리는 연꽃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가르치실 때 묵묵히 연꽃을 드니 가섭존자만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듯 "연꽃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지
는 무진법문(無盡法文)"이라고 했던가...
  선하고 착한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평온함을 느끼듯이,
우리 모두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꽃, 화중련을 피워내고 인과동시의 법칙을 늘 마음에 간직하며
살아가자.
  이런 연유에서 연꽃을 촬영하면서 연꽃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위 글은 사진작가이기도 한 묵암 김준기 교수님이 올리신 글을 옮겨왔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