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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향방

2001.08.29 17:46

연꽃의 의미

조회 수 2049 추천 수 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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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의 의미

내가 취미로 시작한 사진 찍는 일이 정년을 맞이하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까닭은, 삼십 칠 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새로운 삶의 변신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연을 벗삼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해 매는 그 설레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내 마음을 다 드러내 보일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그럴만한 문장력이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자연은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제공해 주고 있지만 우리들은 그런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그저 무엇에 쪼기 듯이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쩌다 사진 찍는 일을 하게되었는지!!! 나에게 이런 아름다운 기회를 제공
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  이 일을 시작한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자연이
시사하는 그 아름다운 삶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다.

  자연의 아름다운 모든 사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소재가 있었다면
바로 연꽃이 않이었나 하고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연꽃의 향기에 취하여
멍하니 서 있던 그때부터,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연꽃에
달려드는 벌들의 신기함에, 또는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연꽃에 취하여 어린
아이들처럼 설레든 그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이제 연꽃에 대한 의미를
조금은 알고 연꽃을 촬영하는 순간 순간마다 나는 수도승의 구도의 길에
동참하고 있는 착각 속에 빠져버린다.

  이런 사연인즉 이렇다.
동국대학교 교수 해주 스님과 충남 아산 인취사 주지 혜민 스님의 연꽃에
대한 설명 말씀을 접하고, 청운사 석도원 스님이 권하는 백련차를 음미하고
드디어 연꽃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삶의 지혜를 얻었음인가?.
  아니면 그저 몽롱한 상태에서 꿈속을 헤매고 있지나 안은 것인지???

불교의 상징적인 꽃인 연꽃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더러운 진흙 속에 피면서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고
깨끗하게 지켜 가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연환경의 오염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동도
그리 청정하지 못한 모습이 만연하다.  양심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 본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탁하게 오염되어 있다. 썩은
물에 물고기가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거나 기형이 되는 것처럼 그
속에 있는 깨끗한 젊은이들이 오래 견디지 못하는 집단들도 우리 사회에는
많다.
  그러나 더러움 속에 있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맑고 향기로운 연꽃
처럼 우리는 사회악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살면서도 거기에 물들지 않고
깨끗한 양심을 유지하고 오히려 주위를 향기롭게 만들 수도 있다.
  번뇌를 일으켜 주위를 오염시키는 바로 그 삶이, 마음만 올바로 닦으면
자신과 주위를 맑게 하고 아름다운 등불을 밝힐 수 있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불교에서는 이를 '불 속에 핀 연꽃(화중련)' 이라고 표현한다.

  연꽃이 가지는 두 번째의 상징성은 인과동시(因果同時)의 의미이다.
연꽃은 꽃이 필 때 열매인 연밥이 함께 자란다.  우리는 모든 일들이 원인이
먼저이고 결과는 뒤에 오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연꽃의 경우처럼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즉, 사람이 선한 일을 할 때는 바로 그 순간 선한 일을 함으로써 마음이 즐거
워 복을 받고 있는 것이고, 악한 일을 할 때에는 마음이 괴로우니까 바로 그
순간에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자칫 선한 일을 한 뒤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한
뒤에 벌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이제는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일어
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겠다.

  연꽃이 갖는 인과동시성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서로 사랑을 나누며
늘 포근한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며 살아가는 그 순간 순간들이 바로 행복을
향유하는 순간들이 아니겠는가. 연꽃과 더불어 맺은 씨(연밥)는 수명이
길어 3.000년이 지나도 발아할 수 있다고 하니 끈질긴 생명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따름이다.

  칠십이 훨씬 넘으신 사진의 대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삼 십여
년 연꽃을 촬영하면서 연꽃에서 인생의 무상함과, 생노병사(生老病死)를
느끼는 것 같아, 지난 삶을 다시 돌아다보게 한다고 하신다.

  우리는 연꽃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가르치실 때 묵묵히 연꽃을 드니 가섭존자만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듯 "연꽃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지
는 무진법문(無盡法文)"이라고 했던가...
  선하고 착한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평온함을 느끼듯이,
우리 모두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꽃, 화중련을 피워내고 인과동시의 법칙을 늘 마음에 간직하며
살아가자.
  이런 연유에서 연꽃을 촬영하면서 연꽃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위 글은 사진작가이기도 한 묵암 김준기 교수님이 올리신 글을 옮겨왔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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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리 2001.08.29 18:24
    헉헉.. 애고 힘들다..내용은 좋은데 넘 길어요~오...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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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마 2001.08.29 23:40
    좋은 글 올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오늘도 직장에서 동료와 후배사이에서 욕지거리 나올 찰나에 마침 이글을 읽고 참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어수선한 회사 사정에 중간 관리자만이 곤욕을 치루는 현실이....사측에도 노조에도 어디에도 기댈곳 없는....속된말로 홍어x...마누라와 아이들 얼굴이 아른거리지만 않으면....당분간 이글을 복사하여 책상위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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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1.08.30 09:45
    홍어X을 얘기하니 괜히 입가에 침만 가득합니다. 이제 가을 깊어지고 푸라다나스 가로수 나무가지 어느 끝, 퇴색한 잎 파르르 떨 때, 그 홍어 맛 봐야겠습니다. 싱싱한 놈은 애라는 내장을 굵은 소금찍어 입안에서 오물거리다 사발술 한 모금하면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기도 한데..., 음~, 님이 그 회사에 근무하기에 그 화사는 발전할 것입니다. 맘 고생 정말 심하겠습니다. 處染常淨까지는 몰라도 因果同時를 생각하려 합니다. 火中蓮도 탐해 보시지요 ~! 그리고 그 참 맛을 나에게도 전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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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 2001.08.30 10:03
    았!.. 어디까지가 들풀님의이야기고.. 어디부터가 묵암님의 이야긴지... 이심전심이겠지만.. * 정말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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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미 2001.08.30 10:55
    치마폭이 나부끼는 듯하던 지는 연꽃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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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蘭쟁이 2001.08.31 15:51
    연꽃의 목아지를 따서 놓아도 시들때까지 접었다 폈다 하더군요. 닭목아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한심합니다. 연꽃의 목아지를 따도 연꽃은 핀다고 헀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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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1.08.31 17:39
    아이고 나는 여짓 연꽃을 따보지를 못했습니다. 스님도 다른 사람 시켜서 잘도 따던데...(연향차 대접하려) 나는 연꽃에 무슨 고귀한 생명이라도 담긴 것 같아서 따거나 꺽지를 못해봤습니다. 연향차는 그리 좋아하면서..., 난쟁이님~! 혹, 이동성님이 아니신지요 ~! 뵙고 싶은데... 혹 뵈었는지도 모르고... 우측 상단에 붉게 피어있는 난을 가끔 들어가 봅니다 만, 도둑글로만 읽었습니다. 시간내어 확실한 발자욱들을 내가며 구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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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蘭쟁이 2001.08.31 18:02
    예 맞습니다. 내일 청야원에 잠시(오후 4시경) 들를예정입니다. 만나 뵙게되면 인사드리겠습니다. 일부러 시간내지는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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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림 2001.09.01 22:36
    홍련중에서도 유난히 선홍빛을 띠는 홍련과, 너무나 대조적으로 물위에 한잎 두잎, 빛 바래고 향기 날라간 듯한 꽃잎들이 납작하니 누워버린 연잎위에 떨어진 모습이라니...거기에 퇴물이(?)된듯 쭈그러진 갈색잎은 차라리 흉물스럽기보단 오히려 처연한 아름다움이... 어쩔수 없이 거창한 수식어에 미사여구를 곁들일 수밖에 없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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