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는 것 같았는데 아니었는가 봅니다.
내가 행복하다 생각할 때가 분명 많았던 기억인데
곰곰 생각해 보면 그게 행복이 아니었던 것 같고...
불행도 아니었고...
맨 처음 내 새끼가 태어나던 날,
그것이 행복이었습니다.
둘 째 놈도...
맨 처음 내 이름을 한 조그마한 집을 장만했을 때도 행복이었습니다.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해서도 행복하다 했던 기억입니다.
회사에서 다수를 대표하여 상을 받았을 때도...
운전면허증을 받아 들고서도 나는 행복했었습니다.
낚시가서 2~3Kg가 넘는 큰 고기를 걸어 올렸을 때도,
80만원을 주고 어렵게 산 흑산도 홍어를 받아 들고서도 행복했었습니다.
산채가서 2촉 소심을 발견하고도 나는 가슴 두근거리는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설백호라 하여 촉당 250만원을 주고도 사정사정하면서도,
단돈 1만원에 산 풍란에서 어느 날 루비근을 발명(?)해 놓고도...
심지어는,
고깃집에서 비게가 마치 눈처럼 잘 입을 등심을 구우면서도,
일식집 횟접이 조금 크다 싶어도,
잘게 썰어 내온 청양고추를 보고도 나는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사이 사이로 얼마나 많은 것들로 욕심과 포기를 반복하며
화냄과 좌절을 한 것인지...
일전에 생일 날 강원도 미천골 밤,
흰눈 소복히 덮힌 목조주택에서 따스한 불빛에 보이는 쥔장 부부가
그렇게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들 부부는 우리들 더러 행복하게 산다고 부러워했는데...
지금 내 글이 뒤숭이듯이 행복은 내겐 아직도 뒤숭뒤숭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