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복주머니난의 신아)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라도 없다고들한다.
자식들을 잘 가르켜서 좋은 직업,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좋은 인품....
결국 돈많이 벌어서 잘먹고 잘사는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인가?
요즘 아내가 부쩍 잔병치레를 많이 한다.
40대도 중반을 넘어가고 있으니 체력이 예전같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고2가 된 큰녀석이 코밑에 시컴시컴 잔털이 돋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뒷바라지에 지치다 못해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 잘난 신랑만나서 호의호식하면서 떵떵거리며 사는줄 알았더니
허구헌날 주말이면 산채니 농채니 길채니 행사니 번개니... 집에 가만히 붙어있지를 않고
어쩌다 집에 있는 날이면 난사랑이니 풍빠모니 컴퓨터만 두들기며 살고 있으니
사실 아내입장에서도 별로 낙이 없는 것같다.
이러다가 갱년기에 흔히 생긴다는 우울증이라도 생기는 것 아닌가?
평일이면 날마다 집에 갇혀 살고 있으니 주말만이라도 당분간 아내를 끌고 다니기로했다.
오늘이 그 첫날!
아무 계획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바람을 쐬다 오기로하고
아이들만 남겨두고 아침도 못먹고 집을 나섰다.
물론 '오늘 하루 세끼는 니들끼리 해결해라'는 메모만 남기고....
용인휴게소에서 볼일보고
여주휴게소에서 식사하고
문막휴게소에서 물한잔 마시고
소사휴게소에서 커피한잔마시고...
심심하면 안전지대에 차를 세우고 하늘을 처다보다가
간이정류장에 차를 세우면 바람을 쐬고...
목적지도 없지만 아무데나 목적지고
계획은 없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아내와의 대화가 아이들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것.
그럭저럭 쉬엄쉬엄 노닥거리다 보니 진부를 지나고 있다.
아예 대관령을 넘어서 동해바다나 보고돌아올까?
아니 여기 진부에서 점심먹고 봉평, 장평, 메밀꽃이나 보다 갈까?
가다보면 어디쯤에 멋드러진 전원까페가 있고
찾아보면 어디메쯤 허브농장도 있다던데...
진부에서 차를 돌려 산채정식에 점심식사를 하려고 찾아간 부일식당 담벼락에
"진부야생화농장" 프랭카드가 날리고 있다.
저기나 가볼까?
좌회전해서 다리건너고 또 좌회전...
몇번 차를 세워서 동네아낙에게 길을 묻고
몇번 차를 돌려 왔던길을 되집어 오고...
앵초, 설앵초, 솜다리, 노루귀, 섬노루귀, 각종 바위솔, 노란제비꽃, 할미꽃, 비비추....
그중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소위 개불알꽃이라고 하는 복주머니난!
개눈에는 똥밖에 안보인다고 했던가?
아내는 힘들어하면서도 한동안 꽃에 한참 빠져들고
사진몇장 찍는사이에 작업장에서 아줌마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이이야기, 저이야기...
아직 꽂들이 다 피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아쉬움과 함께 꽃필때 다시 오라는 아주머니의 말씀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진부에서 산채정식을 빼먹지 않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아이들 이야기는 화제에서 빠져있었다.
자녀교육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는 없는 것 아닌가?
결국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진정한 목표가 설정되고 있으니...
여하튼
스물한가지나 되는 쌉쌀한 산나물과 고향의 냄새
야생화사진 몇장과, 개불알꽃 한분
그리고 밝아진 아내의 얼굴을 얻어서 돌아왔다.